가족

너 요새 뭐하고 다니니? (feat: 나도 몰라 이제)

최 한량 2019. 9. 15. 10:30

올 추석에는 나에게 잔소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너 무슨 일 하니?' '회사가 어디라고?" '뭐하는 회사라고?' 등등

아무리 말해줘도 그들에게는 그저 '중소기업'일 뿐.

 

대기업 나와 이름도 모르는 회사에 들어가 다닌다는 말에

'고작?'이라는 눈치가 있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특히 이번엔 그토록 좋다고 말한 스타트 업 회사를 그만두었기에

'거봐 그럴 줄 알았다' '계약서 잘 쓰고 다니라니깐' '그래서 이번엔 뭐할 건데?'

등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나에게 안부를 묻지 않았다.

마치 짜인 각본처럼.

 

아마 엄마 아빠가 미리 말해놨던 것 같다.

 

가족은 나에게 편하지만 조금은 어려운 존재다.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나지만, 집에서는 장남이고

마음 편히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 한편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그냥 안정적인 회사에 다녔으면 어땠을까?

 

우리 아버지라면,

아마 나랑 다르게 가족을 위해 다녀야 할 회사를 다녔겠지?

 

올 추석에는 아무도 내게 이상한 안부를 묻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이상한 책임감이 생겨버렸다.

 

다음 명절엔 누군가 무슨 일 하냐고 묻는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회사고

얼마나 이 회사가 안정적인 회사인지에 대해 말해줘야겠다.

 

 

그들에겐 내가 '안정적인 회사'에 있는 게 중요하고

내겐 그들이 '마음 편해지는 것'이 중요하니까.

 

당신은 어떤 단계를 거치고 계신가요?